수입차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렉서스 ES300h를 기억하실 겁니다. 한때 정말 많이 보였던 차입니다.
BMW 5시리즈처럼 운전 재미를 앞세운 차도 아니었고, 벤츠 E클래스처럼 화려한 느낌이 강한 차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조용하고, 편하고, 연비 좋고, 오래 타기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명확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누적 판매 10만 대를 넘어섰고, ES300h는 2012년 출시 이후 2022년까지 9년 연속 수입 하이브리드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ES가 이번에 완전히 바뀝니다. 8세대 신형 ES, 렉서스코리아 홈페이지에도 10월 출시 안내가 이미 올라왔습니다. 이번엔 단순한 풀체인지가 아니라 처음으로 순수전기 ES까지 나옵니다.
핵심만 먼저 보면
- 8세대 신형 렉서스 ES, 국내 10월 출시 예정
- 기존 ES 국내 누적 판매 10만 대 돌파, ES300h는 9년 연속 수입 하이브리드 베스트셀링
- 신형은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대응
- 전장 5,140mm, 휠베이스 2,950mm로 기존보다 각각 165mm, 80mm 증가
- ES 역사상 최초 순수전기차 ES350e / ES500e 추가, ES350e 국내 인증 주행거리 478km
- 최신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하이브리드 최초로 AWD 선택 가능
- 이번 신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국내 가격
ES300h가 그렇게 잘 팔렸던 이유
ES가 처음부터 하이브리드였던 건 아닙니다. 국내에는 2001년 4세대 ES330이 처음 들어왔고, 2012년 6세대부터 ES300h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뒤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수입차 단일 모델이 국내에서 10만 대를 넘기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더 눈에 띄는 건 ES가 지금도 완전히 힘이 빠진 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렉서스코리아에 따르면 ES300h는 2025년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도 국산·수입차 종합 '올해의 차'로 선정됐습니다. 사람들이 ES를 오래 선택해온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빠른 차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7세대 ES300h도 복합연비 17km/L를 넘는 수준이고,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으로 화려한 숫자를 보여주는 차는 아닙니다. 다만 ES 고객에게 출력은 애초에 가장 중요한 항목이 아니었습니다. 장거리에서 편하고, 시내에서도 조용하고, 기름도 적게 먹고, 몇 년 타도 부담이 적은 차. 타면 탈수록 장점이 보이는 차였던 겁니다.
그런데 신형은 첫인상부터 다릅니다
8세대 ES를 처음 보면 기존 모델과 상당히 달라졌다는 게 바로 보입니다. 커다란 스핀들 그릴의 존재감은 줄었고, 전면 전체가 하나의 조형처럼 이어지는 스핀들 보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측면도 기존의 정통 세단 느낌보다 훨씬 날렵합니다.

루프가 뒤쪽으로 길게 떨어지고 차체 옆에는 굵은 캐릭터 라인이 들어갑니다. 렉서스의 차세대 전기 콘셉트카 LF-ZC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입니다.
전장이 무려 5,140mm입니다
신형 ES는 정말 많이 커졌습니다. 렉서스가 공개한 공식 제원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전장 5,140mm (기존보다 +165mm)
- 전폭 1,920mm (기존보다 +55mm)
- 전고 1,555~1,560mm (기존보다 +110mm 이상)
- 휠베이스 2,950mm (기존보다 +80mm)
전장이 5.1m를 넘어가면서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ES보다 체급이 확실히 커졌습니다. 특히 휠베이스가 2,950mm까지 늘어나면서 2열 공간도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전고가 110mm 넘게 높아진 것도 눈에 띕니다. 일반적인 세단치고는 꽤 높은 편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ES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하나의 기본 차체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차는 바닥에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는 만큼 플로어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렉서스도 이 부분을 의식해서 차체를 무작정 낮추는 대신 시각적으로 낮고 길게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사진으로는 꽤 날렵해 보이는데, 실제 도로에서도 기존 ES 특유의 세단 비율이 살아 있을지는 궁금한 대목입니다.
ES가 처음으로 전기차가 됩니다
이번 세대에서 가장 큰 변화입니다. ES 역사상 처음으로 순수전기차가 추가됩니다. 글로벌 라인업은 하이브리드(ES300h·ES350h)와 전기차 FWD(ES350e), 전기차 AWD(ES500e)로 나뉩니다. 렉서스는 신형 ES를 차세대 전동화 라인업의 선도 모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게 의미가 큽니다. UX300e나 RZ처럼 별도의 전기차 모델이 아니라, 렉서스의 핵심 세단인 ES가 직접 전기차가 된 겁니다.

ES350e는 국내 인증도 이미 진행됐습니다. 74.7kWh 배터리를 쓰고,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478km(도심 503km, 고속도로 448km, 저온 복합 379km)입니다. 요즘 전기차 기준으로 압도적인 숫자라고 하긴 어렵지만, 배터리 용량과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ES가 원래 잘했던 게 정숙성과 승차감이지, 빠른 가속이나 운전 재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엔진 자체가 없는 전기차는 오히려 ES의 장점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엔진 진동이 없고, 시동이 걸리고 꺼지는 과정도 없고, 저속부터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힘을 냅니다. 그래서 저는 ES350e를 스포츠 전기 세단이라기보다 '렉서스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조용한 ES' 쪽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브리드도 완전히 새로워집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보다 결국 하이브리드가 더 많이 팔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신형 ES에는 렉서스의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조합하는 기본 구조는 비슷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다듬어졌습니다.
미국형 ES350h 기준 시스템 출력은 244마력으로, 기존 ES300h의 218마력보다 올라갔습니다. 전륜구동뿐 아니라 ES 하이브리드 최초로 AWD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 ES300h와 ES350h 중 어떤 사양이 들어올지는 아직 최종 발표를 봐야 합니다.
기존 ES300h는 평소엔 정말 조용한데,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확 올라가면서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가 커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차가 워낙 조용해서 오히려 엔진음이 더 튀는 느낌이었고, 브레이크 잡소음도 있었습니다. 신형에서는 엔진과 파워트레인 구조를 다듬고 모터 활용 비중을 높여 이 이질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손을 봤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출력 몇 마력이 올라가는 것보다 이 부분이 더 ES다운 변화라고 봅니다.
실내는 거의 다른 차가 됐습니다
실내도 기존 ES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들어가고, 렉서스 최초로 'Responsive Hidden Switches'라는 기능이 적용됩니다. 평소에는 버튼이 패널 속에 숨어 있다가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기능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보기에는 확실히 깔끔합니다. 다만 이런 기능은 실제로 써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차들이 물리 버튼을 너무 없애는 경향이 있는데, 예쁜 것과 쓰기 편한 건 다른 문제니까요.
차체와 휠베이스가 커진 만큼 2열 공간도 넓어졌습니다. 해외 상위 사양에는 전동 리클라이닝과 마사지 시트, 조수석 뒤쪽 오토만까지 제공됩니다. 전장 5,140mm라는 크기까지 생각하면, 렉서스가 이번 ES에서 쇼퍼드리븐 수요까지 어느 정도 의식한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어느 정도 사양까지 들어올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가격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신형 ES는 좋아진 게 많습니다. 차는 커졌고, 실내도 완전히 바뀌었고, 하이브리드도 개선됐고, 전기차까지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국내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숫자는 결국 하나, 가격입니다.
기존 ES300h는 6천만원 후반에서 7천만원 초반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가격에서 ES는 장점이 분명했습니다.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조용하고 편하고 연비 좋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선택지였습니다. 그런데 신형이 8천만원 중후반 이상으로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5시리즈와 E클래스는 물론이고 G80 상위 트림까지 함께 비교 대상에 오르게 됩니다.
경쟁 구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렉서스 ES 하이브리드: 정숙성·연비·승차감
- BMW 5시리즈: 주행감·브랜드·다양한 파워트레인
- 벤츠 E클래스: 고급감·브랜드 선호
- 제네시스 G80: 공간·옵션·가격 경쟁력
- 렉서스 ES350e: 정숙성 중심 전기 세단
신형 ES가 독일차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기존에 잘하던 걸 더 잘하는 쪽이 중요합니다.
디자인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저는 신형 ES에서 478km라는 숫자보다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여전히 ES처럼 탈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번 세대는 변화가 워낙 큽니다. 차체도 커졌고, 차도 높아졌고, 실내도 디지털화됐고, 배터리까지 들어갑니다. 잘못하면 기존 ES가 갖고 있던 특유의 편안함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역시 ES는 편하다"는 느낌을 유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전 ES300h는 화려해서 성공한 차가 아니었습니다. 엄청 빠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실제로 소유했을 때 만족도가 높았고, 그 결과 국내에서 10만 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이번 8세대는 그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남은 건 하나, 얼마에 나오느냐입니다. 가격만 잘 맞춰 나온다면, 한동안 조용했던 수입 세단 시장에서 신형 ES가 다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신형 ES를 산다면 다시 하이브리드를 고르시겠어요, 아니면 이번엔 순수전기 ES350e를 선택하시겠어요?
※ 이 글은 2026년 8월 23일 기준 렉서스 글로벌·렉서스코리아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국내 최종 트림 구성과 가격은 10월 공식 발표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