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링숍을 운영하던 시절 만난 차 중 하나입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가 매장에 들어왔을 때 계기판에는 526km가 찍혀 있었습니다. 뽑은 지 얼마 안 된 신차라는 뜻입니다. 기존에 아벤타도르 S 로드스터를 타던 단골 고객님이 SVJ로 바꾸면서 처음 맡긴 차였습니다.

아벤타도르 SVJ는 일반 아벤타도르의 하드코어 버전이고, 그중에서도 로드스터는 국내에 흔치 않습니다. 이 차는 아시아 최초로 출고된 SVJ 로드스터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봐도 멋있는 차지만, 실제로 손을 대보니 일반 아벤타도르와 다른 지점이 꽤 많았습니다. 왜 이 차 관리가 유독 오래 걸렸는지 그때 작업 과정으로 정리했습니다.

핵심만 먼저 보면

  • SVJ는 전용 바디킷과 카본 곳곳, 높아진 출력, 경량화를 위한 카본 도배까지 일반 아벤타도르와 여러 군데가 다릅니다
  • 미드십 V12 특성상 흡기그릴이 엔진커버 쪽에 있어서, 세차 전 고압수와 폼건이 안 들어가게 비닐과 테이프로 미리 막아둬야 합니다
  • 실내 대부분이 알칸타라라 일반 클리너가 아니라 전용 세정제로 관리해야 합니다
  • 휠이 센터락 방식이고 타이어도 트레드웨어 80짜리 피렐리 코르사라, 일반 타이어보다 신경 쓸 게 많습니다
  • 엔진룸 커버가 완전 탈착식이라 혼자 들기 어렵고, 전용 키가 따로 필요합니다

세차 전에 엔진룸부터 막아야 하는 이유

아벤타도르는 미드십 배치라 엔진이 좌석 바로 뒤에 있고, 흡기그릴이 지붕 뒤쪽 엔진커버에 뚫려 있습니다. 일반 세단처럼 고압수나 폼건을 차체 전체에 편하게 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물이나 세제 거품이 그릴 틈으로 들어가면 전장 부품이나 엔진 주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세차를 시작하기 전에 이 부분을 비닐과 테이프로 꼼꼼히 밀봉해두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세차 전 엔진룸 쪽을 비닐과 테이프로 밀봉하는 작업. 미드십 구조라 고압수·폼건이 흡기그릴로 들어가지 않게 막아야 한다
세차 전 엔진룸 쪽을 비닐과 테이프로 밀봉하는 작업. 미드십 구조라 고압수·폼건이 흡기그릴로 들어가지 않게 막아야 한다

일반 승용차라면 신경 안 써도 되는 과정인데, 미드십 슈퍼카는 이 작업 하나가 전체 세차 시간을 꽤 늘립니다. 테이프를 붙이는 라인이 조금만 어긋나도 물이 샐 수 있어서, 익숙하지 않으면 시간이 배로 걸렸습니다.

방문 당시 상태는 이랬습니다

비를 맞은 지 얼마 안 된 상태로 들어와서, 하단부 곳곳에 물자국과 흙먼지가 튀어 있었습니다. 카본 하단 킷 특유의 광택 때문에 오염이 더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방문 당시 하단부 사이드스커트에 남아 있던 물자국과 먼지
방문 당시 하단부 사이드스커트에 남아 있던 물자국과 먼지

하단부는 이후 고객님 취향대로 랩핑 작업까지 거쳤고, 휠코팅도 조만간 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관리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단계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내는 알칸타라 전용 세정제로

이 차는 실내 대부분이 알칸타라(인조 스웨이드)로 덮여 있었습니다. 알칸타라는 일반 가죽 클리너를 쓰면 색이 빠지거나 결이 뭉치기 쉬워서, 스위스백스 알칸타라 전용 클리너처럼 소재에 맞는 제품으로 따로 관리했습니다. 드라이빙모드 스위치 주변처럼 손이 자주 닿는 자리일수록 이런 관리가 자주 필요했습니다.

차급에 맞춰 스위스백스 알칸타라 전용 클리너로 실내를 관리했다
차급에 맞춰 스위스백스 알칸타라 전용 클리너로 실내를 관리했다

카본 버킷시트도 같은 계열이라 관리 방식은 비슷했는데, 정작 앉아본 소감은 다른 얘기였습니다. 하드코어 모델답게 쿠션이 거의 없어서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몸이 배긴다는 게 그때 느낀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감성은 확실히 챙기는데 편의는 그만큼 내려놓은 셈이었습니다.

휠 하나도 일반 차와 달랐습니다

요즘 고성능 차들은 휠을 볼트 여러 개 대신 가운데 너트 하나로 고정하는 센터락 방식을 많이 씁니다. 이 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이어는 일반 아벤타도르에 들어가는 피렐리 제로가 아니라, SVJ 전용으로 트레드웨어 80짜리 피렐리 코르사가 붙어 있었습니다. 트레드웨어 수치가 낮을수록 그립은 좋지만 접지면이 무르고 마모도 빨라서, 세척할 때도 일반 타이어보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습니다.

센터락 휠과 람보르기니 세라믹 브레이크 캘리퍼, 트레드웨어 80짜리 피렐리 코르사 타이어
센터락 휠과 람보르기니 세라믹 브레이크 캘리퍼, 트레드웨어 80짜리 피렐리 코르사 타이어

브레이크도 붉은색 세라믹 캘리퍼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휠 안쪽까지 꼼꼼히 닦지 않으면 티가 많이 났습니다.

엔진룸 커버 하나 여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엔진룸 커버는 힌지로 들리는 방식이 아니라 통째로 탈착하는 구조였습니다. 혼자서는 무게 때문에 들기 어렵고, 전용 키가 따로 있어야 열렸습니다.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손이 더 갔던 부분입니다. 그 무렵 일반 아벤타도르와 아벤타도르S도 여러 대 작업해봤지만, SVJ는 확실히 이런 디테일에서 손이 더 갔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보니 계기판에는 여전히 526km, "AVENTADOR SVJ"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떠 있었습니다. 이 차와 처음 만난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숫자였습니다.

작업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던 주행거리 526km와 AVENTADOR SVJ 표시
작업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던 주행거리 526km와 AVENTADOR SVJ 표시

지금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 희소성 있는 차를 가까이서 관리해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그 시절의 재미였습니다. 이 차의 국내 중고 시세가 궁금하다면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 중고가, 7년째 안 떨어지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